[기자수첩]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헌법 위에 있나?
윤문용 기자
news@dokyungch.com | 2026-01-25 13:32:09
[도시경제채널 = 윤문용 기자]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판례를 통해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한 입법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해왔다. 법률은 일반성과 추상성을 가져야 하며, 특정 개인의 법적 지위만을 직접 규율하는 입법은 평등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2000년 사립학교 교원 재임용 사건, 2004년 개별사건법률 사건에서 헌재는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며 입법권의 본질적 한계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이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중앙회장의 ‘1회에 한해 연임 가능’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점은 현 김기문 회장의 임기 종료와 정확히 맞물려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위인설관(爲人設官)”, 즉 특정인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김 회장은 이미 16년간 회장직을 수행해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년 장기 집권이 가능해져 국내 주요 경제단체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종신 집권’ 체제가 열릴 수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단순한 민간단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30조 원 규모의 노란우산공제를 운용하고, 정부 수탁사업을 집행하는 준공공 성격의 조직이다. 한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될 경우 조직의 공공성과 중립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노동조합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97%가 연임 제한 폐지에 반대했다. 노조는 “연임 제한이 사라지면 회장은 정책보다 선거와 세력 구축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조직 사유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특정 개인을 위한 입법은 위헌’이라는 원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김 회장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도 문제를 키운다. 그는 과거 선거 과정에서 금품 제공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자신이 창업한 기업에서는 원산지 허위 표시로 또다시 법적 처벌을 받았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의혹까지 겹치며, 공적 단체의 수장으로서 자격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인물에게 사실상 ‘종신 집권’을 허용하는 법 개정은 헌법적 원칙뿐 아니라 사회적 상식에도 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와 중소기업계 안팎에서는 “조직 운영의 자율성을 넓히자는 취지와 공적 단체의 책임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개정안은 특정인의 권력 연장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의심을 벗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경고한 ‘개별사건법률의 위헌성’이 그대로 재현되는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 공적 단체의 대표는 국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자리이지, 특정인의 권력 플랫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가 헌법적 원칙을 외면한 채 특정인을 위한 입법을 강행한다면, 이는 단순한 제도 개정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헌법 위에 있나?”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 사회가 법치주의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묻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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