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가능성을 재정의한 ‘스타키텍트’

도시경제채널

news@dokyungch.com | 2025-12-08 15:00:22

96세로 타개한 프랭키 케리, 그는 누구인가
구겐하임 미술관으로쇠락한 산업 도시 빌바오 소생
스카이라인을 곡선으로 바꾼 현대건축의 대명사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 건축의 지평을 새롭게 연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지난 12월 5일 96세를 일기로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영면했다.

그의 타계 소식은 건축계와 예술계에 깊은 애도를 불러일으켰으며, 그의 파격적인 작품만큼 다채로웠던 삶과 업적, 그리고 그에 대한 복합적인 평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프랑크 게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1.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건축의 '악동'

192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유대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게리(본명: 프랭크 오웬 골드버그)는 어린 시절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USC와 하버드대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그는 당시 주류였던 모더니즘의 엄격함에 반기를 들었다. 합판, 골함석, 체인링크 펜스 같은 비전통적 재료로 산타모니카 자택을 개조해 주목을 받았고, 이는 ‘해체주의’ 건축 스타일의 출발점이 되었다.


2. 기술과 예술의 결합: 곡선의 마법사

게리의 건축적 유산은 기술 혁신에 있다. 그는 항공우주 산업에서 쓰이던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CATIA’를 건축에 도입해 종전에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비정형적인 복잡한 곡면을 구현했다. 티타늄과 스테인리스 스틸 외장재를 휘날리는 리본처럼 표현한 건물들은 건축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움직임을 담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3. '빌바오 효과'와 아이코닉 건축물의 탄생

게리의 대표작은 1997년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은빛 티타늄 패널로 뒤덮인 이 건물은 개관과 동시에 국제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쇠락한 산업 도시 빌바오는 세계적 문화 도시로 변모했고, 이는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는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도시에도 랜드마크를 남겼다.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4. 극단으로 갈린 학계의 평가: 찬사와 비판

게리의 작품은 논쟁의 대상이었다. 찬사하는 이들은 그를 “건축 패러다임을 바꾼 거장”이라 칭하며, 강렬한 시각적 효과와 도시 활성화를 높이 평가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기능성보다 외관에 치중하고, 도시 맥락을 무시하며 비용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자들은 ‘스타키텍처’ 현상이 건축 본질을 흐린다고 비판했다.


5. 사후에 이어진 유명 인사들의 추모 물결

그의 타계 후, 건축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애도를 표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그를 "가벼움, 투명함, 그리고 우아함의 천재"로 칭했고,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은 "건축계의 신사 거장"이라 애도했다. 마크 케니 캐나다 총리는 게리의 가족과 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그의 분명한 비전은 전 세계의 상징적인 건물들에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말했다.


6. 영원히 남을 건축적 유산

게리는 ‘스타 건축가’라는 칭호를 꺼렸지만, 그의 이름은 현대 건축의 대명사가 되었다. 논쟁의 중심에 있었지만 그의 독창성과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다. 티타늄 곡선으로 도시 풍경을 재정의한 혁신가, 프랭크 게리. 육신은 떠났지만, 그가 대담하고 역동적인 건축물들은 앞으로도 인류에 영감을 주며 건축의 미래를 묻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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