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일동 땅꺼짐 사고 조사결과 발표…“심층풍화대 쐐기형 불연속면 미끄러짐” 원인
윤현중 기자
news@dokyungch.com | 2025-12-03 17:16:37
[도시경제채널 = 윤현중 기자]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규모 땅꺼짐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심층풍화대에서 발견된 쐐기형 불연속면이 지하수위 저하와 하수관 누수로 약해지며 미끄러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3일 밝혔다. 이로 인해 설계하중을 초과하는 외력이 터널에 작용해 붕괴와 땅꺼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도로 중앙이 무너져 22m×18m, 깊이 16m 규모의 땅꺼짐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조위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 시료 채취, 시추 조사, 품질시험, 관계자 청문 등 26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며, 드론 영상 기반 3D 모델링과 수치해석을 통해 다양한 붕괴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조사 결과, 사고 지점 인근에서 교차하는 3개의 불연속면이 쐐기형 블록을 형성해 붕괴를 촉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과거 세종-포천 고속도로 터널공사로 인한 지하수위 저하와 노후 하수관의 누수 관리 미흡도 지반 약화를 가속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인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 꺼짐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사 과정에서는 시공 중 굴진면 측면전개도 작성 의무 미준수, 지반 보강재 주입공사 시방서 작성 미흡 등 관리 부실 사례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조위는 설계·시공 관리 강화를 위해 지반조사 간격 축소, 굴진속도·굴진량 반영 권고, 지하수위 관리 강화, 노후 하수관 교체, 터널 보강 공법 적용 등 재발방지 대책을 제안했다. 특히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에서는 TBM 공법을 활용한 비배수터널 시공과 3열 중첩 강관 보강 그라우팅 공법 적용을 권고했다.
국토교통부는 사조위 제안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지반조사 설계기준(KDS)을 개정해 도심지 비개착 터널공사 지반조사 기준을 신설하고, 심층풍화대 구간 조사 간격을 50m 이내로 강화한다. 또한 지하수위 저하 관리 조치요령을 세분화하고, 굴착 전·후 지반탐사 시기를 명확히 규정해 지하시설물 점검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지하안전평가서 표준 매뉴얼과 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반침하 위험도에 따른 탐사 주기를 단축하도록 했다.
사조위 활동과 별개로 국토부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사고가 발생한 서울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현장을 특별점검해 버팀보 미설치, 토사터널 점검 미흡, 흙막이 벽체 관리 부실 등 사례를 적발하고 시정 조치를 완료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기관에 즉시 통보해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행정처분과 수사도 조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박인준 사조위 위원장은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정비와 후속 조치가 신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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