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제채널 = 김학영 기자] 서울 종로구 세운4지구 재개발을 둘러싸고 국가기관인 국가유산청과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세계유산 종묘 보존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국가유산청과, 도심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하는 서울시가 서로의 주장을 비판하며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대화와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서울시가 지난해 건물 높이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은 과거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발굴 조사와 보존 방안 심의가 미완인 상태에서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법적 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유네스코에 현장 실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의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며, 법적 협의 대상이 아닌 사안을 일방적으로 고정된 기준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또 정부·지자체·주민·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정 4자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국가유산청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유네스코의 공식 서한에도 답하지 않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은 장기화되고 있다.
세운4지구 일대에서는 이미 조선시대 도로 체계와 이문, 배수로 흔적 등이 발굴됐다. 그러나 보존 방안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의가 보류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이를 근거로 공사 불가를 주장하고, 서울시는 착공 전까지 절차를 이행하면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국가기관과 지방정부가 서로를 향해 비방과 책임 전가만 반복하는 사이, 가장 큰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낙후된 도심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재개발 지연으로 주거환경 개선과 생활 인프라 확충이 늦어지고 있으며, 불확실한 사업 추진으로 재산권 행사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보존과 도심 재정비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문화유산을 지키면서도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상호 비방이 아닌 실질적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세운4지구 재개발 갈등은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대화의 장에 나서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렵다. 여론전만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은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주민들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재생이라는 두 가치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양측이 공식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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